[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인공지능이 시를 쓰는 세상
1990년대 초, 인터넷이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삼성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이런 과제를 내준 적이 있다. “Internet으로 Search 하여 역대 올림픽 개최국을 찾아서 순서대로 나열하라.” 그런데 이런 조건이 붙었다. “어떤 사이트에서 어떤 검색어를 주고 어떻게 찾았는지 Search 과정을 함께 기술하라.” 오늘날 인터넷에 친숙한 우리들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곳에서 검색하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과제다. 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검색어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이 널리 보편화되기 전인데다가, 웹사이트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지식을 찾는 일이 지금처럼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2023년이 된, 요즘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에게 우리는 조금 더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소설을 써라,” “시를 써라,” ”영화 시나리오를 써라” 등등, 원하는 것은 거의 무엇이든지 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Chat GPT의 시대가 열렸단다. 내가 쓰고 있는 중앙일보 칼럼의 제목이 “활력의 샘물”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힘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맑은 샘물과 같은 활력을 얻기를 기원하면서 지은 제목이다. 하여 Chat GPT에게 이런 명령을 해봤다. “활력의 샘물”이라는 주제로 한글로 시를 써주렴. 그랬더니 아래의 글이 나왔다. “산속에서 피어나는 활력의 샘물, 맑고 선명한 기운이 쏟아지며 새로운 힘을 주는 물줄기. 생각하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며, 꿈을 꾸는 마음을 자극하는 기운 그 샘물은 우리 행복의 소중한 기쁨이 될 것이다. “ 기가 막혔다. 내 혀끝을 맴돌던 단어들을 찾아내고 연결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 것이다. 내가 이 칼럼에서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선한 영향력이 바로 이것이었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며”, “꿈을 꾸는 마음을 자극하는 기운”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Chat GPT라는 것이 웬만한 글은 다 써주니 요즘 대학생들은 학교에 제출할 과제를 여기에 물어보고 그대로 베껴서 제출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콜럼비아 주에 있는 한 판사는 판결문에 넣을 내용을 Chat GPT에게 물어 본 후에 그 답을 참조했다고 실토를 했다. 자폐아에게 들어간 병원비를 의료보험회사가 전액 물어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리는데 Chat GPT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Chat GPT가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을 하고, MBA 졸업 논문을 쓰고, 의사고시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자신의 창작물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글을 모방이나 인용한 것인지를 구분하기는 오래 전부터 이미 어려워졌다. 그런데다가 이제는 어떤 작품을 사람이 자기 힘으로 창조를 했는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는지까지, 구분해야 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인간의 글인지 인공지능의 글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Chat GPT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AI는 유창하고, 일관성 있고, 정확하지만, 인간의 글이 좀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이고 감정의 깊이는 있을 것이다.” 아직 그렇게 답해 줘서 고맙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인공지능 글인지 인공지능 오늘날 인터넷 chat gpt